전체 글42 식물일기: 허브 - 1 식물을 심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하도 야채를 안 먹다보니 왠지 건강의 위험을 느껴 샐러드를 챙겨 먹으려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하지만 구성이 괜찮으면 가격이 별로였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그래서 든 생각. 그냥 까짓거 직접 길러서 먹어보자. 예전에 무순을 키운 적이 있었는데, 새싹채소가 그렇게 빨리 자라는 줄 모르고 화분에 왕창 뿌렸더랬다. 먹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도 그 알싸한 맛은 뿌듯함의 맛으로 기억에 남았다. 아무튼, 무순을 제외하곤 대부분 식물이 내 손에서 살아남은 경우는 무척 드물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번 잘 키워서 보람도 얻고 건강도 얻어보리라. 2020.11.01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이소에서 얼추 준비물을 구할 수 있을 듯 싶어 다이소에서 마음껏 골랐다. 원래는 금방 수확할 .. 2020. 11. 6. 맥락없는 혐오 원래 드라마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매주, 매 시간 일정한 때에 봐야하는 게 번거로운 건 물론이고 절묘한 순간에 흐름이 끊이는 찝찝함이 싫다. 또 가끔은 지나친 현실반영 요소로 인해 깊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드라마를 즐기진 않지만, 최근에는 한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 성격, 출신, 생김새, 집안 등 모든 것이 다른 특이하고도 평범한 다섯 여자들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딱 보기 싫어졌다. '맥락 없는 혐오'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어디나 갈등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따뜻함과 믿음으로 포장된 '맹목적인 애정'이 있는 반면 '맥락 없는 혐오'도 존재한다. 드라마 속 맹목적인 애정이나 맥락 없는 혐오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보는 .. 2020. 5. 2. 톺아보다 10월호 월간 도예지를 보다 생소한 단어를 마주쳐 그 뜻을 찾아보았다.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 '톺다'라는 말은 삼의 껍질 따위의 거친 부분을 날이 작고 고른 톱으로 훑어내 다듬는 일을 뜻한다. 즉 '톱질하다 > 톱하다 > 톺다'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2019. 10. 7. 복잡한 모양 그들의 사이엔 그녀가 정리한 노트 크기만큼의 틈이 벌어져 있겠지만, 사람은 훨씬 복잡한 모양으로 이어져 있으니, 어딘가 빈 곳이 있다 해도 그게 단절을 말하는 건 않을 것이다. AJS, ep.28 2019. 9. 16. 놔두는 것이 최선인 일들 세상에는 설명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최선인 일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람의 내적인 생각과 감정은 파고들지 않고, 그냥 일어난 사건만 이야기 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략) 의사의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조용히 있기로 해요, 말이 도움이 안되는 때가 있는 거예요, 나도 울 수만 있다면, 이해를 구하려고 말할 필요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사의 아내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몸 위로 팔을 뻗었다. 마치 한 번의 포옹으로 두 사람을 다 거두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의 몸 위로 허리를 굽히고,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나는 눈이 보여. 주제 사라마구, p.244 2019. 9. 12. 집에 들다 집들이. 집에 들게 된 날을 축하하는 자리. 꼭 나들이랑 말이 비슷하여 어딘지 신나는 구석도 있다. 비록 내 집 마련이라는 거창한 건 아니다. 애초에 꿈꾸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어쨌거나 몸을 편히 맡길 곳이다. 기숙사, 원룸을 거쳐 낡은 아파트에 들었다. 낡았지만 부드럽고, 좁지만 아담하다. 소박하고 은은한 기운을 주는 공간. 내게 주어진 공간을 나눌 수 있어 참 좋다. 집에 들었다. 2019. 9. 9. 지날수록 이런 문장을 만난 적이 있다. 지날수록 또렷해지는 건 추억,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건 기억. 고작 할 수 있는 거라곤 추억으로 남은 누군가를 시샘하지 않는 것, 기억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것 뿐이다. 2019. 8. 29. 잠이 오지 않는 날들 무더위가 가셨는데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간 더워서 잠이 안온단 말이 핑계였음을 알았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문제가 그러하듯 수많은 원인이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그저 잠들고 싶지 않은 게 전부일 수도 있다. 하루를 충실히 보내지 못했다는 불안감. 사람 틈에 끼여 지친 하루의 끝의 공허감. 조용하고 차분한 밤공기의 먹먹함. 하루의 유일하고도 오롯한 순간이 흐르는 아쉬움. 몸은 피곤하고 눈은 따갑다. 어떤 활동을 하기엔 벅차다. 그런데도 어딘가 아쉬운 마음에 잠들지 못한다. 양력으로 15일이 지나면 찬바람이 분다는 말을 까먹긴 어렵겠다. 찬바람이 분다. 반가운 가을이 오나보다. 2019. 8. 16. 익숙해지다 익숙해지다. 자주 대하거나 겪어 잘 아는 상태가 되다. 살다보면 익숙해지고, 그래서 잘 안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익숙한 날들은 그 자체로 이미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임에도 그 사실조차 익숙해지고 만다. 2019. 8. 9. 말 혼미한 정신에 내뱉는 진실된 말과 또렷한 정신에 새기는 허황된 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때로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옳은지 어쩌지 못한 채로 흘러간다. 2019. 7. 12. 이불 이불을 거꾸로 덮었네 하늘을 덮고 잤구나 2019. 7. 4. 가장 부러운 돌맹이, 보석, 보석상 그리고 보석을 산 사람. 가장 부러운 존재는 누구일까. 돌맹이는 보석처럼 대접받고 싶을지 모른다. 보석은 보석상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으며 보석상은 보석을 팔아 돈을 벌고 싶을지도 모른다. 보석을 산 사람은 무엇이 하고 싶을까. 가지지 못했으나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되지 못했으나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내가 아니고 내가 가지지 않은 그런 것들을 부러워한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것은 일종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타인의 행복을 내 불행으로 바꾸는 이 행위는 결핍이라는 찌꺼기를 만들어 낼 뿐이다. 내 행복을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찾을 필요가 없듯, 내 불행을 다른 사람의 행복에서 찾아낼 필요는 없다. 내가 가진 것의 가치는 오롯이 내가 정한다. 남들이.. 2019. 6.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