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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1년 동안 새 옷 사지 않기

by -GOYO- 2023. 8. 18.

나는 옷 사는 걸 좋아한다.
어디를 갈 때 입을 옷,
누구를 만날 때 입을 옷,
우연히 광고에서 봤는데 한정판매인 옷,
등등 사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나는 입는 옷만 입는다.
또 하루에 옷을 여러벌 입지도 못한다.
근데도 자꾸만 새 옷을 보면 갖고 싶다.

애써 계절마다 안입는 옷을 정리하고,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팔면서,
- ‘그래. 괜찮아. 이정도면 그리 많은 편도 아닌걸.’
스스로 되뇌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옷을 정리했으면 그대로 그치면 될텐데.
빈자리가 생겼으니 또 새옷을 살 궁리를 한다.

-
나는 헌책방을 좋아한다.
들어가면 꼭 하나쯤은 집으로 데려오려고 애쓴다.
그냥 뭔가를 사는 걸 좋아하는 걸지도.

얼마 전 헌책방을 들렀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정리, 수납 책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뽑아들기만 하면
당장에 깨끗한 집으로 변신할것 같은
매력적인 제목들이 가득이었다.

그 중 눈에 띈 책 제목이
바로 ‘일 년 동안 새 옷 사지않기’ 였다.
정확한 책 제목은 이게 아닐수도 있다.
결국 그 책을 사지는 않았으니.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집어 들지도 않았다.
그저 휙 제목만 본 것 뿐인데
자꾸 그 문구가 어른거렸다.

-
마침 주문했던 택배가 왔다.
지난주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옷.
열어보자마자
- ‘아, 내가 좋아하는 색이 아닌걸’
그래도 입어보었다.
- ‘아, 역시 안 어울리네’
같이 입으면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던
바지랑 같이 입어보았다.
‘아, 역시‘
- ’그래. 일 년 동안 옷을 사지 말아야겠다‘
갑자기 생각이 이리로 튀었다.

춘에게 내가
- ’나, 일 년 동안 옷을 사지 않을래‘
하자 춘이 말하길,
- ‘그래. 그럼 난 장을 지지겠어‘
예전 같았으면 발끈했겠지만, 덤덤했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이미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소화를 시킬 차례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지갑 사정이 아주 조금은 나아지리라는 기대.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여
말로만 하던 환경보호에
조금은 보탬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디 작은 양심의 실천.

2023년 8월 18일.
난 오늘부터 일 년 동안
새 옷을 사지 않겠다.

참. 일 년 뒤, 성공이든 실패든
그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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