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손톱
-GOYO-
2021. 2. 13. 00:20
손톱을 기르는 일이
꽤나 멋지고 세련된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있었다.
언젠가부터
손톱은 조금만 자라나도
거슬리고 불편했다.
그 얕은 틈에
자리잡는 잠깐의 때와
답답하고 둔탁한 느낌이 싫었다.
채 다 자라지도 않은
얕은 손톱을 깎는 것도 싫었다.
그러다 사는 데 정신이 팔려
손톱을 깎는 사소한 일 조차
내일로 내일로 미루고 나면
어느새 부쩍 자라나있다.
게으름의 징표처럼 보이다가도
무언가를 견뎌낸 것처럼도 보인다.
집에 돌아가면,
손톱을 깎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