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11박 12일 중국(상해/경덕진/남창)여행 2일차

-GOYO- 2018. 12. 24. 09:06
2018.12.17~2018.12.28
1112일 여행의 기록
- 상해(上海, shànghǎi;상하이)
- 경덕진(景德镇, jǐngdézhèn;징더전)
- 남창(南昌, nánchāng;난창)


날씨가 좋아 원래 페리를 타고(이용료도 2元으로 저렴하다) 동방명주로 가려던 일정 대신 수향마을로 향했다.

강남 6대 수향마을(江南六大古镇, jiāngnán liù dà gǔzhèn/ 영어로는 China Water side Village)은 7세기 초 수나라 양제 때 부터 당, 원, 명대까지 수천년에 걸쳐 만들어진 길이 약 1,794km의 대운하를 따라 형성된 마을들을 말한다. 지역으로 치면 북경에서 항주에 이르는 길이이니 과연  만리장성과 함께 중국의 불가사의로 꼽힐만도 하다.

그 중
- 시탕(西塘, xītáng)
- 우전(乌镇, wūzhèn)
- 남향(南浔, nánxún;난쉰)
- 주장(周庄, zhōuzhuāng;저우좡)
- 동리(同里, tóng lǐ;통리)
- 주가각(朱家角, zhūjiājiǎo;주자자오)
이렇게 6개의 마을이 가장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초행길이니 가장 가까운 시탕(西塘, xītáng)을 가기로 결정이 났다.

먼저 상해 시외버스 남역 터미널(上海长途客运南站, shànghǎi chángtú kèyùn nánzhàn)로 가야했다. 인민광장역에서 빨간색 2호선을 타고 상해남역(上海南站, shànghǎi nánzhàn)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지하도를 걷다보니 매표소에 도착했다. 자동발매기에서는 발권이 안된다. 요금은 편도 36元.

<상해남역터미널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걸어갔다>

<상해남역터미널. 외부에서 본 모습>

<시탕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 (빨간 동그라미)>

대합실에서 중국인 대표 간식인 해바라기씨를 먹다 버스에 올랐다. 약 1시간쯤 달리니 시탕에 도착했다.

<탕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비석>

시골 버스터미널 같은 정겨운 풍경. 노란 지붕을 얹은 인력거(싼룬처)가 줄지어 있었다. 걱정과 달리 별다른 호객행위는 없었다. 터미널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쭉 가니 정문이 나왔다.
시탕 입장료는 1인당 95元. 나중에 알고보니 시탕 내에 있는 약 15개의 박물관도 입장 가능한 일종의 자유이용권 티켓이 95元이고, 입장만 가능한 티켓은 약 50元인 듯 했다.

<시탕 내부 안내지도>

들어서자마자 마치 갓 지은 듯 멀끔한 건물들과 각종 음료와 간식, 기념품을 파는 작은 점포들이 보였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걸어가니 수향마을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낡고 오래되었으나 초라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으나 단정하고 제 나름의 잘 짜맞춰진 규칙이 있는 듯 했다.

돌로 아담하게 놓인 아치형의 다리.
그 위에는 저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줄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에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과 나룻배를 타는 여행객들이 떠다녔다.

나룻배마다 코스가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체험한 배는 맞은편 정류장까지였다. 시간은 2~30분정도 걸렸다. 요금은 배 한척을 빌리면 약 300元이고 여럿이 타면 한 사람당 30元정도에 탈 수 있다고 해 다른 일행들과도 함께 한 배에 올랐다. 파란색에 흰 꽃 무늬가 새겨진 구명조끼 끈을 가볍게 여미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시탕에 가기 전에 본 가이드 북에서 롱탕을 얼핏 본 것이 기억나서 왠지 보고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농당(弄堂, lòngtáng; 롱탕)은 직역하면 골목, 즉 마을의 민가 사이 좁다란 골목길이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안내원에게 롱탕이 어디냐고 물었으니, 하나같이 왜 그런 난감한 표정들을 지었는지 나중에야 이해가 되었다. 특히 롱탕 중에서도 석피농(石皮弄, shípí nòng;스피농)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런데 나룻배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바로 스피농이었다.

시탕에 있는 100여개의 롱탕 중 300년의 역사를 지닌 스피농(石皮弄)은 바닥에 깔린 석판(石)이 마치 가죽(皮)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1m 정도라고 하는데, 특별한 것은 없지만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는 것과 그 위를 따라 똑같이 길다랗게 늘어진 하늘이 좋았다.

한 두 시간쯤 지났을까. 걷고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을 틈에서 빠져나왔다.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짧은 중국어로 그림을 보며 띄엄띄어 주문을 하니 고기국수와 마파두부가 나왔다.

부른 배도 꺼트릴 겸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꽤 걸어가다 뭔가 이상해 물어보니 길을 잘못 들어 터미널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었다. 이미 시탕 구경으로 지친 다리가 새삼 더 아린 듯 했다. 간신히 다시 시탕 북문 입구를 찾아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아까 구매한 입장권은 셔틀버스도 무료로 탈 수 있다고 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맞는 세찬 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3시쯤이었는데 4시 반 막차가 하나 남아 있었다. 서둘러 예매를 마치고 퇴근길의 도로와 지하철을 지나 돌아오니 모두 녹초가 됐다.

26,355걸음, 19km를 걸었다며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