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일기: 허브 - 2
2020.12.05
허브를 심은 지 거의 한 달이 됐다.

허브딜은 웃자라서 물만 주면 맥없이 누워버린다.
그래도 가장 큰 떡잎에서 새로운 모양의 잎이 나왔다.
작은 불꽃놀이 처럼 생긴 잎이다.

로즈마리는 매우 느리게 싹이 나왔다.
기대반 포기반으로 냅두었는데 벌써 5개정도 싹이 났다.
왜인지 기특한 마음.

페퍼민트. 어쩐지 보고 있자면 짠하다. 솜발아도 거의 안되고 씨앗도 워낙 작아 과연 싹이 나긴 할런지 기대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주 작은 돌맹이 보다도 더 작게 싹이 보인다. 왼쪽 위에 자세히 보면 3개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레몬밤은 옆의 바질과 함께 자란다. 성장속도와 수량으로는 단연 일등이다. 떡잎은 얼핏 바질과 비슷하게 생겼다. 심어놓고서야 안 사실이지만 레몬밤이 가장 잘 자란다고 한다.

바질. 볼 때마다 수확의 꿈을 갖게 한다. 이쪽 화분 흙이 좋은지 레몬밤 다음으로 잘 크고 있다. 이상하게도 화분 가장자리에서 싹이 올라오는 바람에 옮겨 심어줘야할 시기가 앞당겨질 듯 하다.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물을 주면서 늘 비슷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달이라는 시간을 놓고 보면 허브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은 듯이 자라고 있다.
요즘 랩걸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어릴 적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보며 신나하던 기억도 떠오르고, 허브들의 모습도 대입해보면서 재밌게 보고 있다. 식물은 고정된 위치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절대적인 약점이 있지만 절대 약하지 않다. 뿌리를 깊고 넓게 뻗고 악조건에서도 어떻게든 꿋꿋이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서로 어울리면서 살아간다. 조용한 치열함 속에서 평화로운 사투를 벌이는 식물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