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일기: 허브 - 1
식물을 심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하도 야채를 안 먹다보니 왠지 건강의 위험을 느껴
샐러드를 챙겨 먹으려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하지만 구성이 괜찮으면 가격이 별로였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그래서 든 생각.
그냥 까짓거 직접 길러서 먹어보자.
예전에 무순을 키운 적이 있었는데,
새싹채소가 그렇게 빨리 자라는 줄 모르고 화분에 왕창 뿌렸더랬다. 먹는 속도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도 그 알싸한 맛은 뿌듯함의 맛으로 기억에 남았다.
아무튼, 무순을 제외하곤 대부분 식물이 내 손에서 살아남은 경우는 무척 드물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번 잘 키워서 보람도 얻고 건강도 얻어보리라.
2020.11.01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이소에서 얼추 준비물을 구할 수 있을 듯 싶어 다이소에서 마음껏 골랐다.

원래는 금방 수확할 수 있는 새싹채소나 상추 같은 씨앗을 사고 싶었는데 꽃이랑 허브 종류 씨앗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서 싹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허브만 왕창 사왔다.
사실 허브는 키워서 먹으려면 아마 더운 공기가 슬슬 느껴질 정도쯤에나 가능할 듯 싶지만.. 아무튼 좋다.
흙 혼합 비율은 잘 모르겠고, 위에 보이는 세 종류의 흙을 다 섞고, 화분이 커서 흙이 모자라길래 종묘상에 있는 상토 한 포대를 더 사왔다.


씨앗을 락앤락에 부어보았다.
종류는 총 다섯가지.
로즈마리, 바질, 레몬밤, 허브딜, 페퍼민트



수확을 생각하면 두근거리긴하지만
과연 정말 싹이 나기나 할까.
반신반의 하긴 했지만, 아무튼 해보자는 마음으로
각각 절반은 솜 발아(물 발아)로, 나머지 절반은 흙에 직접 뿌리는 흙 발아로 진행했다.
솜 발아는 발아 확률이 높고,
흙 발아는 튼튼하게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잘 된 건가 싶어서 몇번이나 들여다 보았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바질이 뭔가 이상했다.

처음엔 물이 너무 많아서 순식간에 곰팡이가 생겼나?
물에 불어서 썩어버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물막'이라고 해서
물을 좋아하는 씨앗이 물을 머금으면서 생기는 거라고 한다. 한 시름 놓았다.
2020.11.05
한동안 아무리 들여다봐도
흙 속도, 락앤락 속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냥 틈틈히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아침 저녁에 분무기만 뿌려주었다.
그러다 아침에 검은 봉투를 들추어보니
드디어 빼꼼, 뭔가 보였다.



2020.11.06
한 번 세상 빛을 보니 참을 수 없나 보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는 아직도 느긋하다.



하지만 솜털 뿌리 아래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것들이 더 눈에 띄었다.
곰팡이..로 추정되는 것들을 치우고 화장솜을 깔아주기로 했다.



흙 발아는 모든 씨앗이 소식이 없다.
분무기 물은 너무 약한가 싶어 물뿌리개로 물을 흠뻑 주고
자갈로 꾸몄다.
그리고 뿌리가 많이 나온 허브딜, 레몬밤, 바질을 일부 흙 속으로 옮겨 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