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맥락없는 혐오

-GOYO- 2020. 5. 2. 17:21

원래 드라마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매주, 매 시간 일정한 때에 봐야하는 게
번거로운 건 물론이고 절묘한 순간에 흐름이
끊이는 찝찝함이 싫다.
또 가끔은 지나친 현실반영 요소로 인해
깊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드라마를 즐기진 않지만,
최근에는 한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
성격, 출신, 생김새, 집안 등 모든 것이 다른
특이하고도 평범한 다섯 여자들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딱 보기 싫어졌다.

'맥락 없는 혐오'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어디나 갈등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따뜻함과 믿음으로 포장된
'맹목적인 애정'이 있는 반면 '맥락 없는 혐오'도 존재한다.

드라마 속 맹목적인 애정이나 맥락 없는 혐오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보는 사람으로서는
넌덜머리가 난다.

친구라서, 애인이라서, 부모라서, 선후배라서,
언니오빠형동생이라는 수많은 단순한 이유로
누군가를 쉽게 믿고 내 편이라 여긴다.
'그 사람이 그럴 리 없어.'

그러면서도 내 주장이나 의견, 이해관계, 기분과
맞지 않는 사람은 너무나 가볍게 남이 되고,
조금만 더 어긋나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역시 그럼 그렇지.'

그리 오랜 시간을 살지 않았음에도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하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맥락없는 혐오는 할 때도, 받을 때도 더러워진다.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자.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어떤 맥락으로 혐오해야할 지,
더 고민해서 내뱉어야겠다.

- 2019.12.23.